구매담당자로 일하다 보면
가격 협상이나 원가 절감만큼이나 어려운 순간이 있다. (체감상 이게 더 마음이 괴롭다.)
바로 조직 안에서 ‘중간에 끼는 역할’이 될 때다.
구매는 늘 ‘연결자’의 위치에 있다.
경영진, 유관부서, 현장, 협력사의 입당을 동시에 바라봐야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조율자’, ‘전달자’, ‘중간 관리자’가 된다.
문제는 중간에 끼여서 난감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다.
1. 우리 팀에서 경영진에 보고할 사항이라 유관 부서의 도움을 받아 자료를 만들었는데, 갑자기 타 팀 팀장도 같이 들어와서 발표를 하라고 요청하는 경우. (물론 진짜 발표만 하는 걸 수도 있겠으나, 임원의 속내는 그 부분에 대해 너희 팀이 책임을 지라는 거다) 좋은 마음으로 도와 준 타 팀의 실무자도 난감하고, 엄연히 다른 조직인데 타 팀 팀장에게 부탁도 아닌 지시를 내리는 게 참 난감하다. 그리고 이걸 내가 말해야 한다니.
2. 실적이 과장되거나 정합성이 안 맞는 내용이 먼저 공유되고, 이후에 “관련 부서에서 알아서 수습하라”고 내려오는 경우. 이것도 실무자인 나한테 말하라고 한다. 그 과정에서
정작 요청 주체는 빠지고, 실무자가 타 팀에 가서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하는 상황.
이럴 때 가장 곤란한 건,
타 팀 입장에서는 이 모든 요청이
‘구매팀에서 시킨 일’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임원을 바꿀 수 없다면, 내가 바꿔야 할 건 무엇일까
처음에는 나도
“공식적으로 한 번만 메일을 주시면, 제가 직접 가서 오해 없게 설명하겠습니다”
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에너지를 쓰면 나만 힘들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다.
‘상황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 포지션을 지키는 것’으로.
내가 정한 나만의 원칙
1. 나는 ‘지시자’가 아니라 ‘전달자’다
내 판단, 내 요구처럼 보이지 않게 한다.
항상 “경영진 보고 맥락에서 전달드리는 사항”임을 분명히 한다.
2. 조율하지 않는다, 전달만 한다
가능 여부, 의견은 그대로 위로 전달한다.
내가 중간에서 판단하거나 설득하지 않는다.
이런 의도로 이렇게 말씀하신 거 같아요 이런 식으로 어설프게 설득하지 않음.
3. 타 팀과는 같은 편이라는 메시지를 준다
저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고, 의견을 말씀드렸으나 결국 이렇게 결정하셨습니다. 라고 정중하지만 솔직하게 공유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오해가 쌓이지 않는다.
이 방식이 문제를 완전히 없애주지는 않는다.
여전히 불편한 순간은 생긴다.
다만 분명한 건,
타 팀과의 관계는 덜 상하고
나 혼자 책임을 떠안는 구조는 피할 수 있다.
구매는 원래 사람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다.
그래서 더더욱,
일을 잘하기 위해서라도
내 역할의 경계선을 명확히 그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내가 리더의 자리에 올라간다면, 반드시 조직 간의 교통 정리는 내가 할 것이다. 부서 간 불필요한 오해나 갈등이 생기지 않게 하고, 실무자가 현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리더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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